오주한카


 

오랜만에 만난 벗들과의 따뜻한 정담(情談)도 잠시, 우리는 우리가 발 딛은 시대에, 그리고 몸담은 교회에 과연 희망은 있는가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에 붙들리고 말았다. 마흔 중반을 향하며 이젠 나름 자기 자리를 확보해야 한다는 조바심도 한 몫을 했을 테지만, 난 무엇보다도 세월이 더할수록 우리 안에 채 꽃 피우지 못한 젊은 시절 풋내 나는 희망에 목이 말라 있음을 눈치채지 않을 수 없었다. 큰 것, 많은 것, 힘 센 것이 선()이라고 가르치는 시대를 살며, 십자가에 고작 몸뚱이 밖에는 내어놓을 수 없었던 예수를 붙들고 사는 이들의 씻을 수 없는 나약함이란 말인가?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힘과 규모와 양()을 중시한다. 큰 것이 중요하고, 많은 것이 효과적이고, 힘 센 것이 정의란다. 그렇지 못한 것은 무능이고 불행이다. 모두가 정신없이 수적 우위와 돈을 쫓는 이유다. 작은 일, 작은 힘이 효과를 발휘하리라는 생각은 포기한체 거인의 나라에 사는 소인의 한숨만이 앞선다. 골리앗이 기준이 된 시대에 손에 쥔 돌멩이도 잊은 체 움츠러든 다윗이 된 것이다.

 

  먼 길을 잘 가는 비결은 한 걸음을 충실히 내딛는 것이란다. 꼭 해야 할 일이라면, 한 가지부터,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해야 하는 법이다. 그렇게 하되 남의 것에 눈 돌리지 않고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사용해야 한다고 성경은 가르친다. 하나님의 뜻과 정의를 거스르는 골리앗을 향해 남의 것-사울이 준 갑옷과 칼-이 아닌 자기의 것-무리매 끈과 돌멩이 다섯 개-을 가지고 나섰던 소년 다윗의 승리를 잘 알지 않는가? 날 선 창과 칼 그리고 방패를 가진 장수 앞에 소년의 무리매 끈과 돌멩이 다섯 개야말로 얼마나 무력한가? 하지만 성경은 그것으로도 충분히 승리할 수 있음을 가르쳐준다. 주눅 든 우리를 향한 하늘의 서슬퍼런 일갈이다.

 

  이미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없이 힘없고 보잘 것 없는 것이라 여겼던 것들이 실은 무엇보다 소중하고 값진 것임을 깨달아야 한. 꼭 해야 할 일이라면 내가 가진 것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선임을 명심해야한다.

 

  내가 하는 일은 성공할까?’ 해야 할 일에 앞서 늘 우리가 던지는 질문이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물어야 할 것은 그것이 아니다. ‘나는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가? 그것을 하되 충분히 지속적으로 행하고 있는가? 더 없이 보잘 것 없다해도 내가 가진 것을 통해 최선을 다하는가?’를 물어야 한다. 제대로 준비된 것도 없었고, 승리에 대한 보장도 없었지만 있는 힘을 다해 돌멩이를 던져 보는 것이다. 수많은 증인 중 하나가 아닌, 그들을 등에 업은 참여자가 되는 것이 희망을 만드는 것이다.

  작은 돌멩이로 승리를 일군 다윗처럼, 몸뚱이 하나로 부활과 인류의 구원을 이룬 예수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