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한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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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지요. 교회 다녀야 복 받는 거.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네요.”   

  목사라는 소개 이외엔 뭐라 말도 꺼내지 않았는데, 상대방이 제게 건넨 말이었습니다. 왜 눈치를 못 챘겠습니까? 더 이상 귀찮은 상황 원치 않는다는 사전포석이라는 걸.

  걱정 마세요. 전 교회 나오라는 소리, 특히 우리교회 꼭 나와야 한다는 소리는 안 합니다. 다만 어디를 가든 예수님 잘 믿는 게 행복의 길이라는 건 꼭 말씀드리고 싶네요.”

 

  언제부턴가 교회가 싸구려 축복의 바겐세일 장이 되었습니다. 값싸고 손쉽게 뭔가를 얻고자 하는 이들을 그럴 듯 끌어들일 수 있는 훌륭한 상술이지요. 성공하는 목사가 되려면 우리교회에 꼭 나와야 하는 이유 100가지정도는 달달 외워야 하고, 그렇게 교인들을 가르쳐야 한다더군요. 세일만으로는 부족하니 호객행위도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교회를 꼭 나와야 하는 이유를 채 10가지도 가지고 있지 못한 저같은 사람은 그저 행복한 아웃사이더를 꿈 꿀 밖에요.

 

  나는 하나의 희미한 물음표 / 어느 하늘, 덧없는 공책 위에 / 신이 쓰다 버린 모호한 문장처럼 / 영원히 결론에 이르지 / 못하는 / 나는 하나의 물음표 // 중략

  나는 하나의 초라한 물음표 / 신의 나라에는, 물음표 가진 문장이 / 필요없다 하여서 / 나는 하나의 / 더디 지워지는 울음표

  - 김승희, ‘신의 연습장 위에중 일부

 

  교회는 물음표를 가진 이들의 모임입니다. 인생에 대한, 그리고 존재에 대한 진지한 물음, 겸손한 물음을 품은 이들이 함께 모여 바른 길, 바른 의미를 찾아가는 곳이지요. 그렇게 묻고 또 물어 작디 작아지니, 말없음표를 지나 끝내 울음표가 되어지는 이들이 바로 그리스도인들입니다.

 

  봄은 사계절의 출발이요, 더불어 생명의 시작을 의미합니다. 그 시작이 '보다'의 명사형인 '봄'과 한 소리를 내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새로운 삶의 시작은 항상 우리의 시선, 우리의 관점이 변하는 것과 일치하기 때문이지요.

  신앙은 세상을 제대로 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을 올바로 보는 것이지요. 더 이상 알라딘의 요술 램프나 도깨비 방망이가 아닙니다. 

  사소한 일상 속에서도 진리와 사랑을, 그리고 자상한 님의 은총을 발견함은 물론 죽음에서 생명을, 절망에서 소망을 보는 것이요, 허물 많고 연약한 자신을 먼저 볼 줄 아는 눈과 마음을 갖는 것입니다.

 

  그저 싸구려 축복을 원하시는 분, 차라리 찬물 떠놓고 목욕재개하여 로또복권 앞에 비십시오. 그리고 명심하십시오. ()과 화()는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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