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한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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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절히 기도하던 대로 일이 이루어졌는데도 그게 우연인지 아니면 정말로 하나님이 들어주신 건지 도대체 모르겠어요."

  모처럼 만나 이야기를 나누던 후배의 이야기가 계속 머리 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혹자는 그러더군요. 망설임은 성실성의 증거이고, 확신은 사기의 증거라구요. 너무 극단적인 표현인 듯도 하지만 불확성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오히려 회의 없는 확신은 아무래도 의심나는 구석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시인 오규원 님은 그래서 이렇게 노래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살아있는 것은 흔들리면서 / 튼튼한 줄기를 얻는다 / 잎은 흔들려서 / 스스로 / 살아 있는 몸인 것을 증명한다 ..."

 

  독일의 대문호인 괴테가 24세에 쓰기 시작해 임종을 눈앞에 둔 82세가 되어서야 탈고를 했다는 필생의 대작 '파우스트'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아, 나는 이제 철학도, 법학도, 의학도 열심히 애써서 연구를 마쳤다. 그 결과가 이렇게 바보 꼴이로구나!"라고 홀로 읊조리던 파우스트는 "인간은 쓰레기 속에서 꿈틀거리는 벌레를 닮았다."며 죽음의 독배를 마시려 합니다. 허나 부활절 종소리와 합창 소리에 감동해 다시금 일상의 삶으로 돌아오지요. 하지만 그를 타락시키려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와의 계약으로 그는 생의 극한을 오고 가는 체험을 하게 됩니다.

  주인공 파우스트는 숨을 거두며 유언처럼 이런 말을 남기지요.

  "지혜의 결론은 이것이니, 삶은 그것을 누리는 자의 몫일 뿐이다."

  결국 악마가 그의 영혼을 거두려고 찾아옵니다. 그때 오히려 천사들이 나타나 파우스트의 무덤 위로 수천 송이 장미를 뿌리며 합창을 합니다.

  "탐색하는 영혼 파우스트는 구원을 얻었노라."

 

  '1+1=2'와 같이 딱 떨어지는 생의 법칙이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때론 신앙도 그렇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싶기도 합니다.

  "기도해야지요." "하나님의 뜻이지요."하는 정답이야 왜 모르겠습니까? 그렇다고 흔하디 흔한 정답만을 남발해선 안됩니다. 때론 정답이 능사는 아니니까요. 그렇게 공식만을 되뇌인다면 온실 속 화초의 신앙 밖에는 도리가 없습니다. 차라리 숱한 바람에 맞서 흔들리되, 끝내 넘어지지 않고 뿌리 내리는 들풀처럼, 님의 뜻을 묻고 또 물으며 사는 것, 그렇게 존재의 근본을 향해 꿋꿋한 사랑을 품고 살아갈 수만 있다면 어느새 더욱 든든히 서 가는 영혼의 생명력을 맛보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님의 은총인지 우연의 폭격인지 아직도 헷갈리시지요?

  분명한 것 하나는, 회의 없는 섣부른 확신보다는 더디지만 올곧게 정답을 찾아가는 모습을 님께서 원하고 계시다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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