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한카


 

  파란 하늘이 언제였던가 생각을 더듬다가는 내 마음이 한가로웠던 때는 언제였던가에 생각이 이르렀습니다.

  마르틴 하이데거는 타락한 현대인의 특색을 호기심’, ‘쓸데없는 말’, ‘평균적 일상성에의 집착을 들었습니다. 잘난 호기심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것은 혹시나 남에게 뒤쳐질까하는 두려움은 물론 고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존재의 경박함때문입니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주기보다는 사사건건 말추렴하는 것, 혹시나 무능한 사람처럼 보일까 전전긍긍하는 까닭입니다. 뭔가 남다른 것을 원하면서도 결국은 남과 같아지려 안간힘을 쓰는 것도 내면화된 경쟁의식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비교의식, 경쟁의식이 내 마음에 불을 붙인 것입니다. 마음에 불이 붙었으니 안절부절하는 것이야 당연하지요. 존재가 아니라 소유와 행동을 정체성의 뿌리로 삼다보니 한가로울 수 없는 것입니다.

 

  어쩌다 내 영혼이 이리도 팍팍하게 되었는지, 작은 자극에도 모질게 반응을 하면서 정작 주변의 아픔에는 어쩜 이리도 둔감하게 되었는지…. 하비 콕스는 현대인의 우상은 출세라고 말했습니다. 출세는 돈과 인기와 권력을 가져다주기에 사람들은 출세에 집착합니다. 출세를 위해 이곳저곳 기웃거리다보니 고요함을 잃었습니다. 흐르는 물에 얼굴을 비춰 볼 수 없는 것처럼, 고요함이 없는 마음에 하늘은 비치지 않게 마련입니다.

 

  진정한 쉼이란 불붙은 마음을 내려놓는 것입니다. 평안, 정적, 휴식을 자신에게 허락하지 않는 성급함을 인류의 중죄라고 말한 카프카의 말이 옳습니다. 무거운 욕망의 집을 이고 다니는 달팽이처럼 살아서는 한가로움이라는 은총을 누릴 수 없습니다. 무겁지만 어쩔 수 없다고, 그렇듯 자신을 끊임없이 벼랑으로 내모는 자아가 우리를 지치게 만드는 것입니다.

 

  헌데 인생의 무거운 짐을 지고 가면서 지친 이들의 품이 되어주시마 약속하신 분이 계십니다. 나를 속이는 내 마음의 괴로움을 숨김없이 내놓을 수 있는 분, 헐떡이는 달음박질이 끝내 허무를 향하는 것임을 모르는 우리를 탓하지 않고 품어주는 분, 한없이 품어도 그 품이 끝내 한이 없으신 분, 허나 그 분에게 가기 위해선 침묵이라는 길을 거치지 않으면 안됩니다. 문제는 소란에 길들여진 영혼이 침묵을 견디지 못한다는 것이지요. 본래의 자기와의 만남을 꺼리는 사람들의 도피처가 늘 소란함이니까요.

 

  지금 내 앞에는 파란 하늘 대신 묵직한 성경의 한없이 경쾌하면서도 넉넉한 말씀이 펼쳐져 있습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세상을 향한 감각의 창문을 닫아 걸고, 말씀이 인도하는 안식의 문을 향해 살며시 나아갑니다. 침묵으로만이 열 수 있는 그 문을 열어, 진정한 평화를 건네는 님의 숨결이 느껴집니다.

 

  분주한 일상을 뒤로 하고 한적한 곳을 찾아가 엎드리시는 나의 님. 아버지와의 말없는, 하지만 속 깊은 대면. 그것이 님의 가장 소중한 쉼이었습니다. 새 날을 여는 문이었습니다.

 

  , 희망의 꽃이 만발한 정원에서 내 님과 하늘을 노래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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