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한카


등불.jpg   모든 사람은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며 살아간다. 물론 그 이야기는 다른 이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이야기는 점다 자기가 중심이다. 누구도 주인공의 자리를 쉽사리 양보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우리는 남이 인정하든 하지 않든 모두가 주인공이다. 허나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때, 아무런 관객이 없는 외로운 주인공이 된다.

 

  작은 행성에서 찾아와 지구를 여행하는 어린왕자는 외쳤다.

  "나는 외롭다. 나는 외롭다."

  외로움 달래줄 벗을 찾는 그의 외침에 귀기울여 응답한 것은 메아리 뿐이다.

  "나는 외롭다. 나는 외롭다. 외롭다. 외롭다 외로ㅂ..."

  어린왕자의 외침은 지금도 계속되지만,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의 톱니바퀴가 자아내는 굉음 속에 누구도 그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렇다. 외로운 것은 어린왕자만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만남을 그리워한다. 접촉을 원한다. 수도 없이 악수를 하고 포옹을 한다. 수화기를 든다. 컴퓨터를 켠다. 허나 마음속 외로움은 쉬 사그라지지 않는다. 친밀한 만남을 목말라 하면서도 상처받을까 두려워 거리를 두기도 하고, 만남 저편의 이해관계를 떠올려 다가오는 이의 손짓을 외면하기도 한다. 관계를 맺는 능력이 퇴화할수록 마음샘 기쁨의 물은 그만큼 고갈될 뿐이다.

 

  사람이 등불이다 / 아름다운 사람은 / 그 자체로 사람을 설레게 하고 / 사람을 성찰하게 하고 / 내 안의 아름다움을 밝히게 한다 //

  아하 그렇구나 //

  아름다운 세상을 이루어가려면 / 내가 먼저 아름다운 사람이어야겠구나 //

  내가 있음으로 자기를 더 아름답게 가꾸고 / 자신을 망치는 것들과 치열히 싸워가게 하는 / 아름다운 등불로 걸어가야겠구나 //

  나이 들수록 더 푸르고 향기나는 / 아름다운 사람의 등불로 //

  - 박노해, '아름다운 등불'

 

  강도를 만나 입은 옷마저 다 빼앗긴 체 거의 죽게 되어 버려진 사람을 보고도 못 본 양 지나친 제사장과 레위 사람이 생각난다. 그들은 강도 만난 사람을 피하여 지나갔다. 그를 도왔다가 어떤 피해가 자신에게 돌아올지 모른다는 원초적 두려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들이 그만큼 바쁘게 길을 재촉했다면, 아마도 그들은 누군가로부터 굉장히 인정받고 쓰임받는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허나 그들의 양심조차도 잠잠케 한 인정과 쓰임은 과연 무엇을 위함인가?

 

  님의 나라의 모습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존중되는 사회이다. 저마다 주인공이 되지만,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서로를 주인공 삼는 사회말이다. 돈이 없고, 힘이 없고, 학벌이 보잘 것 없다고 하여, 그래서 나에게 유익이 되지 않는다. 하여 마치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취급받지 않아도 되는 세상 말이다.

  그렇다. '내가 먼저 아름다운 사람이어야겠구나'! 익명의 저편에 있는 남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비로소 숲이 되고, 나무가 되고, 메아리가 되는, 뭇 생명이 깃드는 샘이 되어야겠구나.

 

  길 잃은 양 한 마리를 찾기 위해 애태우며 들판을 헤매는 목자의 이야기나, 잃어버린 은전 한 닢을 찾기 위해 등불을 켜놓고 온 집안을 뒤지는 여인의 이야기가 실상 그런 사람을 그리는 몸부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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