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한카


  벗님!

  예배당으로 들어서는 계단 옆 한 구석에 전에 없던 이름 모를 꽃송이들을 발견했습니다. 성소(聖所)로 향하는 길, 마치 길안내라도 하는 듯 말입니다.

  일부러 심어놓은 것은 아닌 듯 한데, 어디서 날아와 길을 밝히는 것인지... 키가 작아 잘 보이지도 않지만 곁님들과 어깨동무한 모습이 마냥 행복해보였습니다.

  예배를 드리고 집으로 향하는 길, 서둘러 꽃님들에게 눈길을 보냈습니다. 혹 짓궂은 꼬마 녀석이나 욕심 많은 어른들의 손길에 얼굴 구기고 있지는 않을까 염려가 된 것이지요.

  집으로 향하는 길, 환한 웃음으로 배웅해주던 꽃님들이 언제 따라 왔는지 제 마음 한 켠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작은 눈짓이 그저 고맙다고, 그래서 제게 길벗이 되어주겠다는 것입니다.

 

       오늘도 우리가 걷는 길은 신성하고

       길가의 들꽃 한 송이는 밤의 등불만큼 아름답습니다.

 

       가난한 사랑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빵이 아니라 함께 갈 수 있는 길입니다.

 

       개밥바라기가 받쳐든 등잔에 마지막 기름을 붓고

       풀잎에 우주의 땀방울인 이슬 매다는 새벽

 

       우리의 사랑이 아름다운 것은

       마지막 어둠 배웅하는 지상의 등불을 위해

       기꺼이 더 가난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배한봉, '아름다운 동행'

 

  벗님!

  마음 같지 않은 세상살이, 홀로 감당하기가 갈수록 힘에 부칩니다. 함께 할 길벗이 필요한 까닭이지요.

  헌데 마지막 기름 아낌없이 등불 밝히는 꽃님들이나, 아침 햇살 만나 작은 무지개 담아낼 이슬 짊어진 풀잎들이 모두가 길벗이 되어주겠노라 하니 힘이 나지 않습니까? 그래서 시인은 우리에게 귀띔하는 가 봅니다.

 

  "오늘도 우리가 걷는 길은 신성하고"

 

  빵보다 생을 더 아름답게 하는 것은 함께 가는 것이랍니다. 홀로 성공한 인생보다 더불어 기쁘고 감사한 삶이 훨씬 가치 있다는 말이겠지요.

  배부른 돼지 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를 꿈꾸던 젊은 날의 숱한 방황과 갈등이 더불어 함께 가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몸부림이었다면, 이젠 말없이 십자가로만 손짓하는 님의 모습이야말로 그런 현실을 딛고 일어설 유일한 희망이란 걸 어렴풋 눈치챌 수 있습니다.

 

  십자가 마다 않고 지상의 등불이 되신 나의 님...

  들꽃, 풀잎, 이슬은 물론 마지막 어둠마저더 친구되어 환한 세상 밝혀놓은 내 님의 가난한 마음, 그 마음과 늘 함께 거닐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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