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한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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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

  늘 친형제 이상으로 사랑해주시는 거 항상 감사해요아까 오히려 제 건강을 진심으로 걱정해주신 것도 정말 감사드리구요. 저야 아직 마흔 줄에 서 있지만 형은 반 백을 넘었으니, 염려해도 제가 형의 건강을 염려해드려야 하는데…. 그래요, 형 말처럼 내 몸은 내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것이라는 사실 다시 한 번 명심할게요. 사실 저도 요즘 들어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많이 느끼거든요. 헌데 형도 알잖아요. 목사로 산다는 게 기쁘고 즐거운 일보다는 슬프고 아픈 일에 더 많이 마음 쓰며 살아야 한다는 것. 해서 의도적으로 좋은 것, 기쁜 것, 감사한 것을 찾아 몸을 돌려 보지만, 오히려 주변의 억누른 아픔과 슬픔에 나도 모르게 마음이 기울어지는 걸 보면, 문득 나도 천상 목사는 목사로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지요.   

  예전에 제가 아말리아 로드리게스(Amalia Rodrigues) 파두(fado) 음악을 들으며 오히려 소리 뒤의 침묵을 듣게 되었다고 했던 거 기억하시지요? 그 때 형이 바로 그 침묵이 하늘의 언어라고 했잖아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새벽하늘 별들의 배경이 어둠이요, 세상의 모든 있는 것들이 없음을 바탕으로 존재하듯, 삶 또한 죽음의 자리에서 바라보게 될 때 비로소 삶을 온전한 삶으로 조망할 수 있을텐데…. 갈수록 세상은 천박의 극치를 달리고 있는 거 같아요. 정작 중요한 근본의 문제, 바탕의 문제는 거들떠보지도 않은 체 그저 눈에 보이는 것에만 마음을 쏟고 살아가니 말에요. 싸구려 축복의 바겐세일이 난무하는 교회에 대해 그토록 안타까워했지만 세월이 지나도 별반 다른 걸 발견하지 못하겠어요.

  이곳에 오기 전에 전도를 하려고 무척 공을 들였던 분이 생각나네요. 혼혈아로 태어난 까닭에 고향에서도 버림받고, 아버지의 나라 미국에서의 삶도 만만치 않아 그저 몸으로 때우며 근근이 사시는 분이었어요. 그분이 일하시는 가게를 드나들 때마다 항상 알 수 없는 그늘이 나를 잡아당겼고, 아주 천천히 그분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지요. 마음의 문은커녕 입도 잘 열지 않는 분이었거든요. 헌데 그분이 제가 목사인 줄 어떻게 알았는지 그러는 거에요. “목사님, 교회에 가면 마음이 편한가요?” 그때까지도 아직 교회 나오시라는 말을 하지 않았었는데. 헌데 저는 그 말을 듣고 그저 씨익 웃고 말았어요. 

  그런 생각이 들어요. 고통을 나누는 능력이 곧 인간됨의 깊이가 아닐까? 성숙한 신앙의 지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요. 십자가의 예수님을 참 인간이며 참 하나님이라고 고백하는 기독교의 전통이 바로 이런 걸 드러내는 거라고요그렇게 서로의 한숨과 눈물을 나누어, 아픔과 슬픔에 짓눌린 벗들에게 설 땅을 마련해주는 게 목회라고 생각하는데, 갈수록 목회가 어렵게만 느껴지니 원….

  형이 소개해준 아브라함 요수아 헤셀은 인간은 누구나 원본으로 태어났다고 했잖아요. 고로 나는 나 아닌 어느 누구도 줄 수 없는 선물을 갖고 태어났다는 사실, 하나님이 나를 창조하신 것은 뭔가 선한 목적이 있음을 깨달아 그 목적 앞에 진실과 성실로 설 때 비로소 원본의 삶이 되어지는 것인데, 헌데 우리는 늘 복사본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는 항상 힘겨워 하지요. 남과 같아지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그런 모습 말이에요.

  저는 예수님께서 갈릴리 어부 시몬에게서 반석곧 베드로의 모습을 보아내셨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뛰어요. 서로의 허물 찾기에 익숙한 세상에서 숨은 그림 찾듯 서로의 가능성과 소망을 찾는 것, 그것이 서로에게 설 땅을 만들어 주는 것이요, 서로가 마음 편하게 살 길이라고 믿거든요.

  , 무슨 말을 하다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네요. 어쨌든 다시 한 번 형의 사랑에 감사드리고, 그 사랑에 보답하는 것은 늘 신실한 구도자로 사는 것이라 믿습니다. 행복한 목회되도록 기도해주세요. 저도 형을 위해 기도합니다.

                                                                    바다 건너 아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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