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한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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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야옹2009.03.09 14:46
저는 교육학 전공 박사과정 3년차입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참고하시라고 적어봅니다.

제가 공부하러 온 2006년에는 환율이 900원대 후반이었고 (지금은 1500원대), 당시 등록금 쿼터당 8012불 이었고 (싱글 기준, 현재 8988불, 내년도 - 2009년 가을학기부터 - 에는 9000불 넘겠지요), 저렴한 기숙사에서 살면서 (매달 400불 정도), 차도 핸드폰도 없이, 먹는것까지 아껴가며 (한끼 테이크아웃하면 두번에 나눠먹고, 한국식당은 모임 있지 않으면 절대 안가고), 옷도 거의 안사고, 검소하게 살았다고 자부합니다. 그런데도 1년만에 그동안 직장다니며 벌어놓은 돈 (수천만원) 다 까먹게 되더군요. 일단 등록금이 너무 비싸고, 책값이 또 한몫하고, 학생으로서는 도저히 아낄 수 없는 그런 것들이 있더라구요.

처음올때만 해도 내가 열심히 하면 RA든 TA든 할 수 있을줄 알았는데, 제가 열심히 안해서 그랬는지, 운이 나빴는지,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저는 아직까지도 한번도 못해봤네요 (용기를 주는 이야기가 아니라서 죄송합니다). 같은 교육학이라도 그야 전공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말이죠 (혹시 입학예정인 프로그램에 재학중인 한국학생이 있으면 연락처를 알아서 물어보세요. 거기는 어떤 분위기인지). 꼭 학과가 아니라 학교 안 어디 다른 곳에서라도 일해보려고 해도, 영어가 네이티브만큼 되는 것도 아니니 그것도 힘들구요. 그보다도 사실은 수업 따라가려고 엄청난 분량의 리딩을 하고, 명색이 박사과정인데 숙제도 대충 해서 낼 수도 없고, 나중에는 컨퍼런스에 원고 내고, 시간 내서 연구도 하려면 1년차때에는 공부하기만도 벅차던걸요. 어떻게 생각하면 우리가 미국에 돈벌러 온 것도 아니고, 공부하러 왔는데, 공부 열심히 해서 제때 졸업하자는 생각도 하게 되고요. 자기합리화인지도 모르지만.

1년이 지났을때는 한국 돌아갈까 몇번을 망설이다가 그냥 집에서 돈을 빌리기로 하고 공부를 계속했어요. 당시만 해도 환율도 아주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고 (900원대 중반), 경제도 문제 없었던 건 아니고 문제가 있는데도 모르고 있는 거였겠지만, 아무튼 걱정거리는 아니었고, 부모님도 도와주신다고 열심히 해보라고 하셔서, 그래 한 일년만 더 열심히 하면 코스웍도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등록금도 줄겠구나하고, 다시 희망을 가지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RA, TA 자리는 못잡았지만 가끔씩 파트타임 (시간당 10불, 최대 주당 20시간 가능, 그리고 세금 떼임)도 해서, 등록금 내는 걸 생각하면 새발의 피 정도의 돈이지만, 식비라도 벌고 책값이라도 하고 했어요. 그런데 이제 환율때문에 정말 괴롭네요. 솔직히 내 친구 누가 지금 공부시작하려고 한다면 "진짜 잘 생각해보라"는 말밖에 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공부하고 싶다는 사람 말릴 수도 없고, 그 사람 인생인데...

개인별로 차이가 있어서, 능력이 많고 마침 여건도 되어서 RA, TA 하실 수도 있겠지만, 만약 그런 보장이 없다면, 처음부터든 아니면 어느 시점부터는 결국 한국에서 돈을 꾸어오게 되는건데, 경제적인 여건이 가능하시다면 도전해보는 거구요 (다만, 예상 금액을 잡으실때는 학교에서 얼마 정도 든다고 말하는 것보다 돈이 더 많이 드니까 감안하세요. 진짜 먹는 것까지 아끼는 수준으로 살아도 학교에서 말한 금액보다는 약간 더 들더군요). 그리고, 일단 한번 시작하면 그동안 투자한게 아까워서 나중에는 그만둘수도 없게 된답니다. 공부하고 싶은 사람 다 공부할 수 있는 세상이면 참 좋을텐데, 현실이 녹록치가 않네요. 당연한 얘기지만, 혹시 어드미션 받은 다른 프로그램 중 등록금 면제나 조교 자리 또는 장학금을 준다는 곳이 있으면 그걸 최우선으로 고려하세요. 학교 랭킹이고 뭐고 일단 학교를 다니는게 우선이니까요. 아시겠지만 인문계쪽 박사과정 공부는 몇년 걸릴지 아무도 모르는 거라서, 굉장한 모험을 하실 용기가 있고, 진짜 공부에 흥미가 있고, 경제적 여건이 될때에만 도전해도 후회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다른 선배님들도 많은데, 제 이야기를 하려니 쑥스럽네요. 인생에서 몇 안되는 정말 중요한 결정인데 현명한 선택을 하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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