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한카


 

                                   내가 걷는 길

  엄마랑 산책에 나선 아이들은 뒷모습도 즐겁습니다. 어둠을 밀어내고 고개를 든 태양을 뒤로, 아이들 발 밑에는 몸집보다 커다란 그림자가 길게 앞장을 섭니다. 그것이 아이들의 미래로구나 싶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정오가 되면 해는 머리 위를 지나고, 그림자는 뭔가를 쫓아 서두르듯 어른의 발 밑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문득 발등에 떨어진 일들로 인해 미래가 짓밟히는 건 아닌가 싶었습니다. 다가올 미래의 환희는 물론, 흘러간 세월에 대해 향수를 느낄 겨를도 없이 다만 현재를, 나를 그리고 내 생각과 능력을 믿을 뿐이니까요.

 

  인간이 길을 만들기 전에는 모든 공간이 길이었습니다. 인간은 길을 만들고 자신들이 만든 길에 길들여지게 되었지요. 더러는 자신이 만든 길이 아니면 길이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다만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깨달아 현실에 충실한 길, 넉넉한 마음으로 나의 추억을 잉태한 모든 이들을 사랑하는 길은 아랑곳없이 나도 남도 없이 앞만 보고 기우뚱대는 어린 아이의 길만 남은 거지요.

 

  오랜 만에 기분 좋은 사색에 잠겨 있는 터, 또다시 재잘재잘 아이들이 돌아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오호라! 길은  떠나기 위함이 아니요, 돌아오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편안한 길, 넓은 길을 선택하여 자꾸만 님에게서 멀어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좁은 길, 험한 길을 택하여 종국에는 님에게 안길 사람이 있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험난한 길을 선택한 인간은 길을 가면서 자신의 욕망을 버리는 일에 즐거움을 느끼고, 평탄한 길을 선택한 인간은 길을 가면서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일에 즐거움을 느낍니다. 결국 욕망을 버린 이는 갈수록 마음이 너그러워지고, 욕망을 채우는 이는 갈수록 마음이 옹졸해지는 법이지요.

  마음 안에 난 길을 걷는 지혜로운 이들, 마음 밖에 난 길을 헤매는 어리석은 이들, 함께 걷는 이의 짐을 대신 짊어져야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이들, 자신의 짐을 떠넘겨야만 끝내 미소를 짓는 이들….

 

  오늘 내가 걷는 길은 과연 어떤 길인지 조용히 물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