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한카


그대 / 한 줄기 햇살이 되라 //

거울 같이 맑은 / 이 새벽엔 / 하나의 햇살이 되어 / 닫히 하늘을 열어 보자 //

아득한 산천마다 / 우리의 눈부신 마음 / 청청히 살아서 / 청자 빛 하늘 아래 / 빛선 칼날로 눈뜨게 하자 //

그대 / 한 자락 소리가 되라 //

수정 같이 맑은 / 이 새벽엔 / 하나의 소리가 되어 / 잠든 땅을 깨워 보자 //

 

- 황청원, '하나의 햇살이 되어 / 하나의 소리가 되어'

 

바울 사도가 귀띔해주었지요. 한 사람의 죄로 인해 온 인류가 원죄의 늪에 빠지게 되었고, 더불어 한 사람의 희생으로 온 인류에게 구원의 길이 열리게 되었다고요. 커다란 나무에 잎사귀 하나 병들었다면 그것은 결국 나무가 병든 것이란 이야기입니다. 이성의 눈으로는 이해 못 할 소리지요. 영의 귀가 열려야 가능한 말입니다.

다시 말하면, 나 하나의 잘못 혹은 선행, 하다못해 말 한 마디도 그저 나에게만 영향이 있는 것이 아니라 주변 많은 이들에게, 곧 우리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말입니다. 고로 우리는 하나하나가 모두 한 줄기 햇살이 되고, 하나의 소리가 되어야 합니다.

 

살다 보면 답답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만, 내 말을 못 알아듣고, 내 진실을 알아주지 않을 때만큼 답답할 때는 없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돌아보면 그렇게 답답해 할 자격도 내겐 없음을 금방 깨닫습니다. 나도 다른 이에게 우이독경이요 마이동풍격인 절망감을 안겨 준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니까요. 늘 빛이고 싶지만 의도하지 않은 어둠이 주인 된 때가 어디 한두 번이어야지요?

물론 늘 뒤늦게지만, 깨닫고 나면 정말 한없이 부끄러워하며 마음을 씻고자 애를 씁니다. 님의 말씀으로, 님을 향한 찬양으로, 그리고 시인의 노래로 말입니다. 그것에 귀를 기울이고, 그 향기에 나를 맡기며 마음을 닦는 것이지요. 그러면 어느 샌가 마음에 한 줄기 햇살도 한 자락 소리도 들립니다. 깨끗한 창 너머로 밝은 하늘이 비추듯이요. 회개야 말로 님의 놀라운 은총인 것을 깨닫는 순간입니다.

 

닫힌 하늘을 여는 일, 빛 선 칼날로 눈뜨게 하는 일, 잠든 땅을 깨우는 일, 그래서 개인의 울타리를 넘어 우리가 되고, 자아가 죽어 구원을 맛보는 일.

아, 결코 쉽지 않은 이 일들이 이 한 여름 내 마음에 선명해 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먹장구름 간간히 맑고 청명해지는 청자 빛 하늘 따라 내 몸과 마음도 맑아져서일까요?

소나기 한 차례 휘몰고 간 이 여름 한 복판에 나도 시인의 노래처럼, 기도처럼 '하나의 햇살이 되어 / 하나의 소리가 되어' 살 수 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아, 그래요. 모두를 시원케 하고 풍성한 열매로 노래하는 가을이 오기까지 내 기도의 제목으로 삼아 하나의 햇살로, 하나의 소리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나님께 땡강 좀 놔야겠습니다.

  • 제이 2010.08.20 18:01

    뗑깡(てんかん) → 생떼, 어거지


    뗑깡부리다라는 표현으로 많이 쓰이는 "뗑깡"은 일본어에서 한자로 "전간(てんかん)"이라고 쓰며 간질병, 지랄병을 의미합니다.
    이 말이 우리나라에서는 억지부리거나 생떼쓰는 의미로 혹은 어린이가 심하게 투정을 부리는 뜻으로 쓰이는데, 상황에 따라 생떼, 어거지,투정, 행패 등 적당한 말로 바꿔써야겠죠.

    てhhかんをおこす。  간질을 일으키다.
    だだをこねる。  억지를 부리다.

  • 오솔길 2010.08.21 06:34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