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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묻고답하기에 답변달기를 그만 두겠습니다.

by 알삼이 posted Apr 27,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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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이 땅을 사면 내 배가 아프다'는 말은 정말 많은 곳에 적용할 수 있나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서로 너무 똑똑하고 잘나서 남 잘 되는 모습을 못봐서 그런건지 아니면 원래부터 질투의 화신으로 태어나서 그런건지 당췌 알 수가 없는 문제 같네요.
 
그와 같은 얘기로 우리나라 사람들 사이에서는 잘난 척 또한 하면 안되는 모양입니다. 튀어서 눈에 띄면 안되고... '모난 돌이 먼저 정 맞는다'는 격언은 이럴 때 적용되는 말이기도 하겠지요. 군에 입대할 때에도 아버지께서 "튀지말고 중간만 해라"라고 하신 말씀이 왜 그랬는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저 잘 아는 내용이 있어도 모르는 척~ 하고 있는게 상책이고,
왠만하면 알아도 아는 척 하지 말고 남들보다 잘 하는 일이 있어도 나서면 안되는 것이 우리나라 사람들끼리 얽히고 섥혀 살아가는 방법인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처음 오하이오에 왔을 때 '정말 이건 아니다~' 싶었던 일들이 몇 번 있고 난 후부터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지요. Columbus라는 동네 자체가 OSU를 빼놓고는 설명이 안되는 동네고 상당히 많은 한국유학생 수에 비해 자체 교민, 커뮤니티는 빈약하기 짝이 없습니다.
자연히 모르는 문제가 있으면 주변에 아는 사람, 선배에게 물어볼 수 밖에 없게되고 말 그대로 '세 사람이 입을 모으면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 낸다'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지요.
'카더라~' 통신이 지배하는 곳 바로 OSU 한인 학생회였습니다.
이런 적도 있었지요~ 경찰한테 걸리면 뭘 줘야하냐고 얘기가 오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중 나왔던 대화가 "누가 그러는데 자동차 등록증은 집에 놔두래요~" 였습니다. 왜냐고 물으니 잃어버리면 안된다고 해서 그렇다네요. 그리고 차안에는 등록증 대신 차량 등기문서인 타이틀이 넣고 다닌다고 했습니다.
기가 막힐 노릇이죠.

제가 보통사람들보다 조금 더 많이 아는게 있다면 자동차에 관련된 잡다한 지식, 그리고 그와 관련된 경험입니다. 그 밖에 보통 유학생 보다 미국생활을 좀 더 많이 해서 알고 있는 생활 상식등이 있겠죠.
특히 자동차에 관해서는 오하이오로 건너와 OSU를 다니며 방학 때 한가로운 여가시간을 지루해 죽지 않기 위해 취미생활인 자동차 공부와 실전을 위한 차고에서 씨름하며 보낸 인고의 시간이 능력향상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것을 새삼 느껴보게 됩니다.

오하이오에 처음 왔을 땐 캘리포니아에서 알았던 내용과 다른 것들도 많아서 당혹스러웠던 적이 있었고, 하나 둘 씩 경험하고 알아가면서 또 비교해 보면서, 대동소이한 내용도 많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네이버 까페시절부터 5년간 활동하면서 달아 놓은 답변들이 모든 사람들에게 100% 도움이 되진 못했겠지만, 그 내용들을 떠올릴 때 남들에게 힘이 되었을 답변들이 아마도 80%는 넘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산해 볼 따름이지요...

한편으로는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남을 도와 주는 것이 더 힘들었습니다.
말 그대로 물에 빠진 사람 건져주고 따귀 맞는 일은 부지기 수였고, 속담대로 보따리 내 놓으라는 경우도 더러 있었습니다. 정말 그렇게 될때마다 상심이 클 수 밖에 없었지요. 때로는 자동차는 고사하고 미국생활 전반에 관하여 정말 무지한 '여학생'을 도와줄 때도 있었는데 '흑심을 품고 도와주는 놈이다'라는 오해마저 살때도 있었습니다. 그건 뭐 흔히 일어나는 일이지만...^^

가끔 '아 내가 미쳤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릴려고 이짓꺼리를 계속하냐~!'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정말 어처구니 없을 때가 많았습니다.

새벽 4시 45분에 공항가는 길에 차가 섰다면서 도와달라고 전화온 동생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형 고마워요~ 형 아니었으면 한국도 못갔을거에요~ 갔다와서 크게 쏠게요~!" 하고 한국을 갔다온 동생이 두 달간 연락이 없다가 어느 날 전화가 와서 "형 뭐하세요~? 심심해요! 밥 사줘요~~~~" 하더군요.

그런 식으로 친한 동생들한테까지 우습게 여겨지니 너무 화가나 어머니와 얘기를 해 본 적도 있었지요.
원래 세상이 그렇다고 하십니다. 10명 도와주면 그 중에 정말 고마워할 줄 아는 사람은 1명 나올까 말까라고 하시더군요. 항상 도와주면서 뭔가 댓가를 기대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도 해 봤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생각하던 어떤 가치관에 약간의 변화를 주게 되었지요.

--- 고맙다는 인사를 받을 생각이면 아예 도와주질 말자. ---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맙다는 인사나 제 자신이 남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인상을 받을 때는 참 좋았습니다.
적어도 '잉여인간'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천성적으로 남 도와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바로 제 자신이라는 것을 발견한 것도 참 소중한 수확입니다.

사고 났다고 어떻게 처리하면 되냐고 도움을 청한 질문글에 열심히 답글을 써 놓았었는데 필요한 정보는 다 얻었고, 사고 낸 것이 부끄럽다고 생각해서인지 장문의 답변이 달린 글을 싹 지워버린 경우는 좀 섭섭했습니다. 고맙다는 말 한마디 듣기 위해 썼던 글이 아니라 나중에 다른사람이 비슷한 일이 생긴다면 참고할 수 있는 것이었는데... 허망하죠.
그저 필요한 것만 얻었으면 된 모양입니다. 대다수 사람들이 사고팔기 때문에 들어온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말을 잛게 써 놓고 필요한 것만 얘기하라는 식으로 질문 올린 사람에게 똑같이 상대했다가 '알삼이 너 뭐하는 놈이냐' 하는 질타도 당했었고, 이제 갓 대학에 입학하는 어린학생과 미국이 어떤 나라인줄 알고 그런 말도 안되는 얘기를 하느냐라는 언쟁도 벌였었지요. 또한, 잠깐 어학연수 온 사람이 이상한 답변을 달고 게시판을 휘졌고 다녔을 적도 기억이 납니다. 그 일로 많이 상심하셨을 당시 스탭이던 '노트북'님을 잃게 된 점이 가장 아쉽네요. 꼭 한 번 만나뵙고 싶었던 분이었는데...

어짜피 이곳에 답변 몇 개 단다고 세상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고맙다고 인사받으려고 답변 다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자신이 누군지 밝히길 두려워 하는 것인지 아님 떳떳하지 못해서 그런것인지 그런 사람들과 툭하면 말싸움해서 손해나는 짓꺼리만 할 바에는 이제 그만 두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안면식이 있는 어떤 분은 제가 무슨 스위스 군용칼같다는 표현도 했었지요. 이내 지우시긴 했지만, 이미 봐 버리고 난 후였습니다.
'날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가지고 다니다 필요하면 꺼내쓰는 도구로...
해석하기 나름이겠지만, 그저 좋은 뜻으로 받아들여야지요~

현재는 다시 캘리포니아로 돌아와 직장생활을 하고 있어서 예전처럼 이곳에 많이 들어와 보지 못합니다.
밤새도록 공부하는 것보다 밤새도록 일하는게 더 적성에는 맞네요~ ^^ 그러다 한 번씩 들어와 봅니다만,
사실 올라오는 질문들도 5년전 그것과 비교해서 하나도 달라진게 없어 보입니다.
학교 수강신청 얘기, 비자문제, 집 문제, 차 문제...등 모두다 돌고 도는 얘기지요.

5년전과 똑같거나 비슷한 답변을 열심히 달아 봐도 요즘엔 질문자에게서는 반응도 없습니다.
오히려 익명의 어떤이에게 '알삼이가 빡빡하게 살아보지 않아서 그런 소릴 한다' 라는 그런 추가 답변이나 달리더군요.

누구는 '필요한 정보만 얘기하지 네놈 의견은 왜 포함시키냐?' 합니다.
그랬다면 언쟁도 피할 수 있었겠지만, 우선, 저는 '객관적으로'라는 표현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딱딱하게 관련 단어만 몇 글자 나열하는 것도 선호하지 않습니다. 의견에는 당연히 글쓴이의 주관이 들어가게 마련이고, 문체에도 제 스타일이라는 것이 나타나기 때문에 보는 시각에 따라서 당연히 감정이 베어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정보를 담았다고 자부합니다. 따라서 말 장난 하던 사람들의 알맹이 없는 답변들과는 과감히 비교를 거부하고 싶네요.

누가 뭐래도 커뮤니티 활동 정말 열심히 했고 남한테 부끄러운 짓 한 적도, 떳떳하지 못한 언행을 일삼은 적도 없습니다. 저도 그 동네 살아봐서 알지만 심심한 동네니까 그랬으려니하고 넘어갈 뿐입니다.

여러 추억을 뒤로한체, 이제는 먹고사는 '빡빡한' 이유로 예전처럼 열심히 부딫히며 싸우고 정열적으로 활동하기가 힘드네요. ^^

이제는 알삼이라는 존재가 사라져야할 때인 것 같습니다.

그동안 절 싫어하셨던 분이건, 좋아하셨던 분이건 모두들 건강하시고 뜻한 바를 잘 이루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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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 그러니까 사람들이 형에 대해서 궁금해 한다는 거지?"
"어. 내가 답변달고 열심히 활동하니까,.. 내가 누군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더라구. 스타벅스같은데 가면 가끔 마주치게 되는 한국사람들이 내 아이디 들먹이면서 얘기할 때면 도둑 제 발 저리듯이 빨리 나가버린다니까~"

"그리고 또 아는 질문 올라오면 형은 밤에 컴퓨터 앞에서 신나게 답변달고 있고~?"
"그치...누가 시켜서 하는 일도 아닌데 확 떼려 칠까바~"

"야... 이거 완전 배트맨이 따로 없네~"

"와~ 나 배트맨 되는거야? ㅋㅋㅋ 그러고 보니 콜럼부스가 배트맨 영화에 나오는 고담시티처럼 좀 암울하긴 하다~ 빨리 졸업하고 떠야지. 나중에 놀러나 와 같이 여행이나 가게~"
...
...


(2007년 어느 여름날 별이 쏟아지는 동해바닷가에서 동생과 술 한 잔 하면서 나누었던 대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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